[007] 트위터 스파이 전력(1) (미완)

Double-0-Seven 2015. 3. 9. 23:48

 "이렇게 쥐는거야, Q."

 Q의 얼굴에 불만이 가득했다. 그는 수 십 년, 수 백 년에 걸쳐 만들어진 인류의 완벽한 실내를 사랑했다. 밖으로 나가 뛰고 구르며 흙먼지를 뒤집어쓰는 것은 질색이었다. 이것은 그의 집안 특성이기도 했다. 두 명의 형들 또한 몸을 쓰는 것보다는 머리 쓰는 일을 선호했다. Q는 큰형의 몸매가 완벽하지 못한건 다 이 때문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운동을 하라고 이야기해줘야 하나 고민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자신도 하지 않는 운동을 권하려니 양심에 찔려 일찌감치 그만두었다.

 굳이 007에게 운동을 배우려던 것은 아니었다. 몸무게가 체중 미달이었으면 미달이지 과체중은 겪어본 적이 없는 Q는 여태 자신의 체형에 신경 쓴 적이 없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 나이를 먹자 해가 지날수록 자신의 몸에도 점점 살이 붙고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무심코 큰형을 떠올리다 운동의 필요성을 느끼고 무의식중에 '운동을 좀 해야겠다'는 말을 했을 뿐인데. 그 말은 고스란히 임무 중이던 007의 귀에 들어갔다.


 007은 예전부터 Q에게 사격을 가르치고 싶어 했다. 왜 그런지 이유를 물어보아도 좀체 시원한 대답은 해주지 않았지만. 어쨌든 이렇게 기회가 왔으니 그걸 놓칠 리가 없었다. 007은 복귀 후 바로 Q를 사격장으로 불러냈다. 그리고 총을 잡는 법부터 올바른 자세와 조준법 등을 가르쳤다. 처음에는 의욕을 보이던 Q는 얼마 지나지 않아 금세 지쳐버렸다. 평소에 총은커녕 과일 깎는 칼도 쥐지 않았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맘대로 되지도 않는데 현직 요원이 총을 티스푼 다루듯 쉽게 이야기하는걸 듣고 있자니 얄밉고 답답해서 미칠 노릇이었다.

 "그만하겠습니다."

 "이제 시작인데."

 "조금 쏴봤으니까 된거 아닙니까."

 "겨우 표적 하나 쏴놓고?"

필사적으로 총을 쥐여주려는 007과 몇 분을 말다툼 및 가벼운 몸싸움으로 실랑이를 하던 Q는 결국 완전히 지치고 말았다.

 "사격이 아니라도 되잖습니까. 그냥 운동 좀 하고 싶었던 건데. 사격 말고 팔굽혀펴기나 윗몸일으키기 같은 것도 있잖아요. 가볍고 쉬운거. 굳이 도구를 쓰게 만들고 싶으신거면 줄넘기라든지."

 "자네 체력으로는 그것도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은 안 드나? 가슴에 손을 얹고 대답해봐. 진지하게 고민하고. 내가 알기로 자네 기본 체력이.."

 "됐습니다. 체력부족인건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으니까. 그거랑은 별개로, 저는 이런 전문적인 체육 활동을 바란게 아니란 말입니다. 애당초 본부에만 박혀있을 저한테 사격을 가르치려는 이유가 뭡니까, 대체? 쓸 일도 없을 텐데."

 "쓸 일이 왜 없나? 혹시 누가 본부에 쳐들어오면 어쩌려고."

 "그걸 막는게 요원님 역할이죠."

 "혹시나 말이지, 혹시나. 자기 몸은 스스로 지키는 거야, Q. 자넨 유독 활동적인 부분을 나한테 너무 의지하는 경향이 있어. 멀린은.."

007이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 Q의 얼굴이 눈에 띄게 굳었고 007은 급하게 '오늘은 이만하고 돌아가자'며 말을 돌렸다. 하지만 분위기는 이미 싸늘하게 가라앉아버렸다. 입을 꾹 다문 Q는 테이블에 올려놓았던 총을 들고 007에게 성큼성큼 걸어갔다.

 "요원님이. 멀린을. 어떻게 아는 겁니까."

제아무리 살인면허를 가진 요원이라도 총구를 머리에 갖다 대고 있는 상황에서 섣불리 움직이지는 못한다. 자연스레 항복하듯 양손을 들어 올린 007이 어색하게 웃었다. '멀린? 내가 멀린이라는 말을 했나?'라며 어물쩍 넘어가려는 것은 당연히 통하지 않았다. 물론 007이 총에 맞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홧김에 총을 집어 들기는 했으나 단순 위협일 뿐이라는 것을 007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순순히 대답을 해주지 않는 것은 Q가 화를 내는 것이 007에게 있어서 매우 흥미진진한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대답 하십쇼."

 "글쎄. 나 말고 내 주변에 그를 아는 사람이 또 누가 있을까, Q?"

마이크로프트. Q가 나직이 욕을 뱉었다. Q의 '운동이 필요한' 큰 형, 마이크로프트 홈즈는 몇 년 전까지 기사단에 속해있었다. 기사단이란 어떤 단체를 Q가 제멋대로 부르는, 일종의 별칭이다. 그들의 원 명칭은 '킹스맨'이라고 한다. 기사단이나 킹스맨이나. 어차피 유치한 이름들이라고, Q는 생각했다.

 "마이크로프트를 어떻게 구슬린겁니까."

 "구슬리다니. 알아낸거지. 그리고 자넨 형님께 말버릇이 그게 뭔가."

 "남의 가정사까지 신경쓰실 필요는 없습니다. 제가 궁금한건 요원님이 어디까지 알고있냐는 겁니다."

 "자네가 멀린의 랩탑을 해킹하려다 반대로 역해킹 당한 거 말인가? 아니면 실수로 그의 머그잔을 깨트렸다가 형님께 혼난 거? 그것도 아니면 어린 아이의 순수한 호기심인 척 멀린 머리에 물 준거? 자네도 참 유치하더군."

Q는 한번 더 욕을 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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