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Q] 근무 중

Double-0-Seven 2014. 3. 16. 13:27

 Q의 옷 아래로 뱀처럼, 찬 손이 슬금거리며 기어들어왔다.

정적으로 가득 찬 브랜치 안. 간간히 정적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자판소리와 웅웅거리는 기계음. 그리고 그 틈을 가로질러 온 본드는 능글맞게 웃으며 조용히 Q의 자리로 다가갔다. 분명 인기척이 느껴지긴 했을텐데 Q는 모니터에서 시선을 떼지않았다. 무시하는건 너무하지 않나. 살짝 기분이 상한 본드가 흠흠, 헛기침을 해도 아랑곳않고 타닥타닥 랩톱을 두드린다.

 "근무 중입니다."

 "난 근무 끝났는데."

 "'제가' 근무 중이잖아요."

단호하게 선을 긋는 Q의 어투에 본드는 더 강하게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최근들어 바빠진 Q의 기분을 최대한 배려하는 차원에서 영 스킨십을 하지 않은게 원인이 아닐까하며. 일부러 Q의 목덜미에 쪽 하는 소리가 나도록 키스를 하자 지금까지 쉴새없이 움직이던 Q의 손가락이 갑자기 멈추었다. 거기에 본드가 피식 웃자 Q는 본드가 입 맞춘 부분을 손으로 감싸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근무 중이라며. 일 해야지, 응?"

본드가 만들어낸 소리는 Q의 귓전에 계속해서 울렸다. Q는 행여 그 낯부끄러운 소리가 브랜치에 울렸을까 초조해했다. 물론 그럴 리는 없겠지만 Q에게는 충분히 심장이 덜컥만큼 큰 소리였다.

 "...하지마세요."

 "글쎄."

들릴 듯 말 듯 나즈막한 Q의 목소리에 본드는 지금 Q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상상해보았다. 부끄러워하고 있을까, 아니면 무언가 더 기대하고 있을까. 어느쪽이든 귀여운건 마찬가지일테지만. 사실 본드는 Q가 이런 작은 스킨십에도 일일이 반응하는게 좋았다. 은근히 민감하다고 해야할까. 특히 침대 위에서는 더욱. 한참을 심호흡하고 자세를 가다듬는 Q를 보며 본드는 한번 더 미소지었다. 귀엽기는.

 "여기서 더 건드렸다간 울겠구만."

 "요원님이 저 우는거 보기 전에, 제가 M을 호출하는 방법도 있죠."

 "재미없게 나오네."

 "여기선 재미보다 일이 우선 아닙니까."

본드는 이와중에 다시 모니터에 집중하는 Q의 태도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저런 딱딱한 점이 가끔 매력이라고 느껴질 때도 있었다. 본드가 그렇게 가학적인 타입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견고한 성은 무너트리는 재미가 있으니까.

본드는 손가락으로 가볍게 Q의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Q는 이런 식으로 일을 방해받는게 싫었다. 여긴 자신의 브랜치고, 자신의 영역이며, 다른 직원들을 위해서라도 이 안에 침범해서 제멋대로 구는 본드를 빨리 내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든 Q는 결국 잔소리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임무 끝나셨으면 저 괴롭히지 마시고 얌전히 플랫에 가서..."

Q가 고개를 돌리자 본드는 기다렸다는 듯 Q의 턱을 붙잡고 진한 키스를 선물했다. 갑작스런 상황에 흡,하고 굳어있던 Q는 본드를 밀어내려 했지만 쉴 틈을 주지않고 얽혀 들어오는 혀에 눈마저 질끈 감겨버렸다. 한참 일하던 것도 잊고 키스에 집중하던 Q는 윗옷 사이로 슬금슬금 들어오는 본드의 손에 깜짝 놀라 정신을 차렸다.

 "그, 그만!"

 "쉿. 여기 브랜치 안이야, Q. 조용히 해야지."

 "누가 할 소릴...!"

 "그래, 그래. 이쯤 할테니까 진정하게."

 "...들어가서 쉬세요."

 "화내는 얼굴도 귀엽군. 내가 콩깍지가 씌여도 단단히 씌였지."

 "진짜 그만하세요..."

본드는 저런 반응도 재밌다는 듯 키득키득 웃으며 Q의 양 볼을 감싸고 이마에 입을 맞췄다.

 "저녁에 보자고."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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