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Q] 발열

Double-0-Seven 2014. 7. 2. 23:12

 하루는, MI6의 쿼터마스터에게 심한 열이 났다. Q 말이다. 그게 감기 때문인지 다른 큰 병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물론 곧장 의사에게 보여주었고 감기라는게 밝혀졌다. 하지만 '한창 젊은 나이인 쿼터마스터가 007에게 매일같이 잔소리를 하다가 결국 화병으로 쓰러졌다.'라고 와전된 이야기는 MI6 내 실시간 가십거리이자 핫이슈가 되기에 충분했다.

Q의 발열 꼭 감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찔리는 구석이 아주 많은 007, 제임스 본드는 제법 묵직한 죄책감을 느꼈고 결국 Q의 병간호를 자처했다. 환자 당사자가 그다지 싫은 티를 내지는 않았기 때문에 M은 흔쾌히 이틀간의 짧은 휴가를 내주었다.


 환자를 싣고, 달려서, 차는 플랫 앞에 도착했다.

본드는 오는 도중에 목적지에 대해 잠시 고민했다. 이대로 자신의 플랫으로 갈지, Q의 플랫으로 갈지. 그러다 문득 자신의 플랫은 청소가 전혀 돼 있지 않다는 것을 떠올렸다. -임무 때문에 장장 2주 동안 드나들지 못했다- 환자에게 먼지 쌓인 환경은 좋지 않다고 판단한 본드는 망설임 없이 Q의 플랫으로 핸들을 틀었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본드는 왜 자신의 플랫만 오랫동안 비웠다고 생각한 걸까. 먼지투성이 상태인 건 이쪽도 만만치 않았다. Q는 한숨을 푹 내쉬는 본드에게 도대체 뭘 기대한 거냐고 퉁명스레 말했다. 그리곤 비틀거리며 방으로 향했다. 저런 상태인데 어떻게 제 발로 걸을 생각을 하지. 본드는 그 정신력에 감탄하면서도 재빨리 Q를 부축했다. Q는 부축을 받을 정도로 아픈 건 아니라고 손사래 쳤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순순히 비켜줄 본드가 아니었다.

 Q는 내키지 않았던 본드의 도움으로 얌전히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곧장 본드에게는 때아닌 혼란이 찾아왔다. 본드는 지금까지 -직업상- 누군가를 해치는 쪽이었다. 덕분에 간호라는 걸 해본 적이 없었다. 받는 거면 모를까. 그래서 뭐부터 해야 좋을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본드가 오랜 시간 동안 아무런 행동이나 말이 없자, Q는 조금 자려고 감았던 눈을 슬며시 떴다.

 "요원님. 물수건 좀 얹어주실래요? 수건은 욕실에, 욕실은.."

 "알아서 찾아보지."

본드의 어설픈 모습을 처음 보는 Q는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났다. 모니터에서 보던 본드는 눈 하나 깜짝 않고 단 한발의 총알로 표적을 맞추는 사람이었는데. 겨우 물수건 하나 때문에 헤매는 꼴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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