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Act 2014. 7. 21. 18:37

 옷 위로 스치는 바람이 차다. 내려다본 아래에는 새카만 아스팔트 길이 펼쳐져 있고 그 뒤 정경은 빨간 불빛을 날름거린다. 여기가 지옥일까.


 새벽 2시 반. 대부분의 상점과 집은 불이 꺼진지 오래다. 캄캄한 배경 위에 그려진 것이라곤 붉은 십자가나 도로를 질주하는 차의 헤드라이트 뿐이다. 큰 소음은 없지만 그렇다고 아예 고요하지도 않은 곳. 창가에 턱을 괴고 선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이 중심에 내가 서 있는걸까, 내가 중심에 선걸까. 나는 후자이기를 바란다.


 시간은 계속 흐르고 흐른다. 귀에 이어폰을 끼고 목록을 쭉 올려본다. Love the way you lie. 난 네가 거짓말 하는게 좋았어.

그래, 난 네가 거짓말 하는게 좋았다. 그게 쌓이고 쌓여서 결국 커다란 가시공이 되어 언젠가는 내게 굴러올 것을 알면서도 나는 그것이 커지도록 내버려 두었다. 가시가 하나, 둘 늘어나는 동안에 너와 보내는 시간이 즐거웠다. 나는 네가 거짓말 하는 것을 알았지만 그것을 멈추지는 못했다. 나는 미뤄왔던거다. 계속 미루다 보면 너무 커져버린 공이 터지지 않을까 하고. 하지만 공이 터지기 전 나를 향한 너의 심장이 먼저 터져버렸다. 네 심장은 이제 다른 곳에 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남은 가시공은 나에게 굴러와 나를 짓눌러 갈기갈기 찢어놓고 피투성이가 된 내 몸을 집어먹었다. 나는 그 안에 갇혀서 철의 처녀 안에 강제로 떠밀려들어간 중세시대의 무고한 죄인을 떠올린다. 내가 뭘 잘못한걸까. 넌 왜 나를 여기에 집어넣고 갔을까.
노래가 끝났다.


 난 네가 저 아래서 나를 바라보고 있기를 바란다. 노래의 가사 처럼. 그 아래에 서서 내가 불타는 것을 바라보고 있기를 바란다. 내가 다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나는 내가 이곳에서 떨어져 사라지기를 바란다. 저 아래 까만 아스팔트가 붉게 물들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저 바랄 뿐이다. 이어서 나오던 노래를 멈추고 이어폰을 뺀 뒤 자리에 누웠다.


 내일도 나는 새벽에 일어나 창가에서 턱을 괴고 있을 것이다. 네가 아래에서 날 보고 있길 바라며. 떨어지는 나를 보고 있길 바라며. 하지만 나는 그것을 바라는데 그칠 것이다.

나에게는 여전히 거짓말을 한 너에게 소리치며 비난하고, 죽을만큼 괴로운 상처를 안겨줄 용기가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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